나름대로 이길을 걸어 온지 30년이 지나가는 때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내가 가는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보이지 않으며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다만 매일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얻고자 애를 씁니다
그리고 정직하고 공정하게 진료를 하려고 양심에게 매일 질문을 합니다
내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이웃과 동료와 낯선 보호자들에게 까지 서슴없이
나누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만남의 시간이 늘 짧고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나태하고 준비성 없고 대충 살아가는 사람과는 우리병원이 거리가 먼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뼈가 부서져라 일하는 것은 이제 지난 과거로 만족하려 합니다
저의 한계를 알되 이 자리에서 겸손하게 그리고 멀리 내다보고 한사람 한사람의
선한 일꾼이 되어서 저를 만나는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고 아직도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는 선량한 이웃 사람이고 싶습니다
수의사의 직업는 때로는 비난의 대상이되고 때로는 배타적인 평가를 받지만
세상에는 더 훌륭하고 배울점이 많은 분들이 대분분입니다
그 내면에는 다들 따뜻한 의사선생님입니다
다만 일에 있어서 저는 따뜻하지 않습니다 저의 판단이 흐려지지 않도록 머리를
차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배움은 어쩔수 없이 회초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면서 저도 배워갑니다
함께 인생을 배워가고 동물을 알아가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전문가의 손길을
느끼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우리는 동물을 매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매일 만나고 있습니다
그 둘 사이에 동물 환자가 있습니다
쉽지 않은 마음으로 이 직업 안으로 들어 오시면 좋겠습니다
어려움과 통증과 피곤함이 있지만 그 중에 한번의 보람에 자족하며
이길을 같이 걸어가 줄 선한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립니다